“선무당 시리즈 #1.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딱한 사정”(법조)

이 사건은 초범인 피고인이 정상 참작 사유만 잘 갖추면 집행유예가 가능했던 사건이다.

당시 피고인을 위해 고심하던 끝에, 피고인이 20대 후반이라는 점에 착안해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하게 되었다.

“피고인의 결혼식이 선고기일 3개월 뒤로 예정되어 있고, 실형이 선고될 경우 파혼이 불가피하다. 신부는 부모님에게 예비신랑이 구속된 사실을 5개월째 숨기고 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며, 청첩장 인쇄본, 예식장 계약서, 예비신부의 탄원서, 예비신랑 부모의 탄원서를 첨부해 선처를 호소한 결과, 집행유예를 받아낸 사건이었다.

이 이야기를 동료 법조인들과 지나가는 말로 나눴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이 퍼졌고, 한 가지 놀라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다른 로펌에서 비슷한 정상 참작 사유를 따라 했다가, 오히려 법정 구속이 이루어진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결혼식을 앞뒀다는 정상 참작 사유를 들고 나온 피고인. 판사는 피고인이 제출한 청첩장, 예비신부 탄원서, 부모의 탄원서를 보고도 뭔가 석연치 않아 예식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라는 지시를 했다.

그런데 피고인의 이름으로 된 예약은 없었고, 판사는 격노해 판결 선고일에 거짓 청첩장으로 재판부를 기망한 점을 들어 피고인을 법정 구속시켰다.

사실 이 사건에서 가장 황당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변호인이 청첩장과 탄원서는 냈지만, 예식장 계약서를 빠뜨린 것이다. 단돈 10만 원만 내면 만들 수 있는 그 계약서 하나가 없어서 거짓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꼼꼼하게 자료를 챙기지 않은 모지리 법조인의 실수로, 피고인은 실형을 살게 되었다.

이후 실제 결혼을 앞둔 사건들에서도 판사들이 더 까다로워졌다. 예비 신부를 직접 법정에 출석시키라고 요구하거나, 모든 자료를 철저히 검토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정상 참작은 감정이 아니라 철저한 증거를 가지고 설득하는 일이다. 이걸 모르는 자가 주워들은 소문만 듣고 판사를 속이려 덤비면, 선처는커녕 실형이 따라붙는다.

이게 바로, ‘선무당이 사람 잡은’ 법정의 진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