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이야기를 시작하며)
**“저 사람은 법 없이도 잘 살 사람이다”**라는 말은, 법을 어기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칭찬할 때 쓰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법조계는 그런 착한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어 결국 법조인을 먹여 살리는 구조로 움직입니다.
성실하게 번 재산은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기꾼들에게 손쉽게 노려집니다.
피해자들은 나름 법 상식이 있지만, 그 상식이 오히려 사기꾼들에게 엮이는 결정적인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사기꾼은 피해자가 망설일 때, 마음속 의심과 욕망을 동시에 건드립니다.
“설마 내가 이깟 돈 사기치고 교도소 가려고 그러겠습니까?”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 겁니다. 이 돈 없다고 굶는 건 아니잖아요. 기회 있을 때 불리셔야죠.”
이런 말을 들으며 결국 “그래, 한번 믿어보지 뭐”라는 판단을 하게 되는 겁니다.
사기꾼은 피해자의 전 재산이 아닌, 속을 만한 ‘적당한 액수’를 노립니다.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고, 돈을 가로채기 전까지 꾸준히 신뢰를 쌓습니다.
그래서 당하고 나면 돈보다도 ‘사람에게 당했다’는 배신감에 치를 떨게 됩니다.
이 배신감으로 흥분한 피해자들이, 법으로 응징하겠다며 경찰, 검찰, 변호사, 법원을 찾아다닙니다.
하지만 법을 이용해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보상받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정작 사기꾼은 이미 돈이 없거나, 돌려줄 생각조차 없습니다.
판결문을 받아도 그걸 집행하려면 상대의 재산이 있어야 합니다.
변호사는 판결문을 받아줄 수 있을 뿐, 돈을 받아주는 사람은 아닙니다.
형사 고소를 해도 사기꾼은 감옥에 가는 걸 피하기 위해 지인을 통해 피해자에게 사정을 봐달라고 매달립니다.
“갚겠다”며 시간을 끌고, 이 과정에서 마음이 약해진 피해자는 끝내 고소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더 힘든 건, 이런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민사소송은 길게 가고, 형사처벌도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 시간 동안 피해자는 지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싸늘해집니다.
제가 직접 본 피해자들 중엔 이런 법적 절차를 견디다 못해 자존감이 무너지고, “괜히 시작했다”며 후회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법조인들은 억울함에 분노한 피해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어떻게 번 돈인데, 판결문을 받아놓으면 10년간 유효하다. 갱신하면 20년도 쓸 수 있다.”
“형사 고소도 하면 사기꾼이 감옥 가기 싫어서 돈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실현 가능성은 1%도 안 되는 희망 고문입니다.
법조인에게는 피해자든 사기꾼이든 모두 고객이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월급을 받는 법조 행정인이었기에, 현직에 있을 때 피해자에게 감정적인 대응으로 법에 호소하는 걸 말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법을 이용하다가,
또 다른 곤경에 빠지는 일을 저는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감정은 잠시 내려두고, 먼저 따져야 할 건 이것입니다:
- 돈을 회수할 가능성은 있는가?
- 지루한 법적 절차를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
차분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 이야기를 법조 이야기의 첫 글로 쓴 건, 저 역시 법조계에 있었지만, 지인들에게 속아 돈을 여러 번 잃는 경험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회수 가능성이 없는 돈은 비용을 지출해 가며 소송을 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법조 이야기’ 시리즈는
제가 청춘과 중년을 모두 보낸, 35년 법조 현장에서 겪은 생생한 이야기들입니다.
법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착한 사람들이 가볍게 읽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풀어 나갈 예정입니다.
원하는 주제가 있다면 댓글이나 이메일로 알려주세요.
CalmWisdom.life Steven S.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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