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을 떠안고 살아야 하는 힘든 직업(법조 4회)

필자가 1978년 법조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한 변호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변호사는 전생에 큰 죄를 지은 사람들이다.” 전생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저승에도 가지 못한 채, 다시 이승에 와서 형을 살고 있다는 얘기였지요.

그 이유는, 변호사는 사건을 맡는 순간 의뢰인의 고통을 대신 떠안고 해결해 줄 때까지 심적으로 부담을 갖게되는 직업이고, 특히 심성이 착한 변호사일수록 일이 잘못될 경우 더 큰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징역살이처럼 힘들다는 비유였습니다.

변호사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고단합니다. 사건을 맡으면 문서만 잘 써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검사나 판사를 찾아가 비굴할 정도로 부탁하거나, 경우에 따라선 청탁까지 해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그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어떤 경우엔, 판검사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돌아온 뒤 수모를 이기지 못해 의뢰인에게 수임료를 돌려주고 사건에서 손을 떼는 변호사도 있었습니다.

더 힘든 건,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나쁘게 나왔을 때입니다. 의뢰인에게 욕을 먹는 것은 기본이고, 경우에 따라 폭언이나 폭행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검사나 판사에게 부탁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변호사는 학연, 지연, 동문 등 가능한 인맥을 총동원해야 하고, 나이 어린 판사나 검사에게 자존심을 굽혀가며 부탁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변호사는 실패의 모든 책임을 홀로 떠안아야 합니다.

겉보기엔 번듯한 직업처럼 보일지 모르나, 실상은 돈을 받는 순간부터 그 사건이 잘못될까 봐 밤잠을 설쳐야 하는 직업입니다.

예전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수임료를 모두 반환하던 변호사도 있었고, 몇 년 안에 큰돈을 벌고 조기에 은퇴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습니다.

변호사 수가 넘쳐나고 경쟁은 치열해졌습니다. 생존을 위해 무리하게 사건을 수임하고, 결과를 장담했다가 오히려 의뢰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변호사는 더 이상 ‘남의 불행을 짊어진 착한 직업’이 아니라, ‘남의 불행을 기다리는 냉혹한 직업’이 되었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이는 단순한 직업의 변화가 아니라, 직업 윤리의 붕괴를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변호사법과 윤리장전은 이제 현실에 맞게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상적이고 형식적인 조항들로 가득한 현행 규범은, 그럴듯한 문구 몇 줄로 존경을 기대한다 해서 더 이상 이 직업을 지탱해주지 못합니다.

그리고 국가는 젊은 인재들이 ‘남의 불행으로 먹고사는 직업’을 택하지 않도록, 더 건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Steven S.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