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2. 위험한 이유 1.)
법조계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유형 중 하나는, 불법 행위에 휘말린 선의의 사람들이다.
(이 글에 담긴 내용은 실제 사건과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자. 친구가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부탁했고, 당신은 흔쾌히 빌려줬다. 그런데 친구는 그 돈을 자신이 얼마 전 설립한 벤처회사의 회사 계좌로 보내달라고 했다. 당신은 단지 ‘도와주는 마음’으로 그렇게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는 연락이 두절되었고, 어느 날 갑자기 경찰이 찾아왔다. 친구는 잠적했고, 피해자들은 당신을 공범으로 고소했다는 것이다.
경찰서에 가보니, 당신 외에도 여러 명이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잠적한 친구를 통해 한두 번 만났거나, 돈을 빌려주었던 사람들이다.
경찰에 따르면, 그 친구는 벤처회사를 차려놓고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했으며, 그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주주 명부’**였다.
당신은 모르는 사이 그 회사 주주로 등재돼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명부에 기재된 사람들은 대기업, 공공기관, 언론계 등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직장에 다니는 이들이었다. 개업식 때 찍은 기념사진, 공공기관에서 보내온 화환, 통장 입금 기록—all 이것들이 투자자들에겐 ‘믿을 만한 근거’가 됐다.
피해자가 많고 금액이 커서, 잠적한 친구가 잡히기 전까지는 공모 정황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었다.
그날 밤, 뉴스에서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연루된 벤처 사기사건이 터졌다. 억울하게 공범으로 엮인 사람들은 회사에서 해명을 해야 했고, 어떤 이들은 직장을 잃었다. 변호사 비용, 수년간의 수사와 재판—겨우 무혐의나 무죄를 받고 늪에서 빠져나오긴 했지만,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잠적한 친구는 결국 해외에서 붙잡혔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남의 일 같았던 일은, 내 일보다 더 크게 삶을 뒤흔들었다.
친구는 “안전하니까 이름만 빌려줘”, 가족은 “도장 하나만 찍어줘”라고 쉽게 부탁하는걸 들어줬다가는 무조건 사고가 따른다.
남의 부탁을 들어줬다가, 형사처벌, 세금 추징, 민사소송, 사기 공범이라는 단어를 경험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때 친구는 사라졌거나, 가족도 “그럴 줄 몰랐다”며 손을 뗀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설마’ 하고 판단을 미루게 된다. 하지만 그런 관계일수록, 정확히 따지고 독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그 순간의 민망함을 피하려다, 평생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는 수두룩하다.
돈과 관련된 부탁이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그 부탁이 당신을 법에 얽히게 만들 수도 있다.
내일이 아니면, 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억울한 일이 넘치는 세상이다. 남이 파놓은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행동하기 전에 반드시 멈춰 서서 생각해야 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시리즈 – 법조이야기 7화
(시리즈 #3. 위험한 이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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